
최근에 녹색당이 대의원을 추첨제로 선출하기로 했다. 페이스북에서 보니 대구 녹색당에서는 동글판 돌리기와 비행기 날리기를 통해 대의원을 추첨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주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풀자연)의 운영위원회에서 2013년 운영위원장을 뽑은 사다리표이다.
풀자연은 수년째 추첨을 통해 운영위원장을 선출하고 있다. 올해는 그 추첨제를 강력하게 주장한 분이 짱이 되셨다. 근데 그 분은 그 자리에 없었다. 카톡으로 축하문자 폭탄을 마구마구 보냈다… 멘붕이었을까? 한참동안 답이 없더니…. 어쩌겠나, 본인이 주장했으니 받아들여야지.
나도 확신을 못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의구심을 갖는다. 추첨을 통해 뽑힌 사람에게 조직의 운영을 맡긴다?? 하지만 반대로, 선출하거나 투표해서 뽑은 사람이 짱이 되는 조직이 꼭 잘 굴러가는건 아니지 않는가? 그리고 그 투표나 선출이라는 것도 모두의 합의과정을 거치는 것이 아니라 몇 사람이 추천하고 나머지는 형식적으로 승인하는 절차라면 이야기가 좀 달라질 수 있다.
증거는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이다. 수년 동안 별 문제 없이 오히려 더 잘 운영되고 있다. 정당에서는 녹색당이 이제 시작하는 것이니까 몇년 후면 판단을 할 수 있겠지. 회원제로 운영되거나 커뮤니티형으로 운영되는 시민단체라면 한번 시도해봤으면 좋겠다. 추첨제는 사람에 대한 믿음일 것이다. 사람은 환경과 조건에 따라 충분히 성장해나갈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존재라고 믿는 것이다. 그리고 민주주의라 함은 기회의 보장이다. 베품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아니라 주인이 될 수 있는 기회의 보장이다.
[세계를 뒤흔든 상호부조론]이라는 책에 추첨제에 대한 이야기를 본 기억이 있다. 그래서 이 추첨제라는 것을 내가 관여하고 있는 곳에서 언젠가 한번은 시도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무작정 내 맘대로 시작할 수는 없을 것이다. 조건이 필요할거고, 사람의 준비도 필요할거고,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조직의 문화도 필요할 것이다. 차근차근 공부하면서 준비해보고 싶다. 만약 추첨제를 시작하지 못하면 어떠랴. 그것이 가능한 준비까지만 해놓는다하더라도 충분히 지금보다는 좋을 것이다. 그 이후에는 그 상태에서 다시 시작해보면 되는거지 뭐.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