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포럼 – 다보스포럼과 버닝맨축제 사이에서

이로운넷과 인터뷰했다. 지리산포럼에 궁금한 게 있다고 해서 만났는데 진짜 인터뷰가 되어버렸다.

지리산포럼의 미래에 대한 개인적인 기대는 참가자(단체)들이 기획한 프로그램이 자연스럽게 배치되는 판을 만드는 것이다. 또 하나는 격식있는 다보스포럼과 자유로운 버닝맨 축제의 중간쯤 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인터뷰에서도 밝혔지만 매년 조금씩 개선해 간다면 몇 년 안에 일주일 동안 1,000명이 모여서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발표하고 대화하고 교류하는 포럼, 충분히 가능하다.

“다보스포럼? 지리산이라고 못하란 법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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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스포럼? 지리산이라고 못하란 법 있나요?”

[인터뷰] 조아신 지리산이음 기획이사…올해 5주년 맞은 ‘지리산포럼’ 총괄기획
10월 3~6일 산내면…‘작은 변화의 씨앗을 나누는 숲’ 주제로 진행
사회변화 주체·사회적경제 영역 참여대상 확대

올해 5년째를 맞은 지리산포럼 총괄자 조아신 지리산이음 기획이사의 포부다. 지리산이라는 경계 없는 지역에서 자유롭게 세상을 논하는 장을 만든 이유기도 하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세계적인 경제포럼인 ‘다보스포럼(Davos Forum)’이 열리는 곳은 스위스의 작은 지역이다. 민간재단이 주최하지만, 세계 각국의 유력 인사 2000여명이 매년 참가해 정치·경제·문화 등 폭넓게 사회문제를 논한다. 

지리산포럼도 그런 고민에서 시작됐다. 사회변화를 꿈꾸는 사람들이 서로 교류하는 포럼으로, 2015년 제1회 대회를 시작했다. 매년 한번씩 전북 남원시 산내면 작은 지역으로 전국의 사람들을 불러모은다. 초기에는 사회적협동조합 지리산이음이 주최했지만, 지금은 협력단체가 더해지면서 폭넓은 주제를 다룬다. 

조 기획이사는 지리산포럼의 초기 기획을 맡은 이래 지금까지 포럼과 역사를 함께해왔다. 그는 공익영역의 대표적인 행사로 손꼽히는 다음세대재단의 ‘체인지온’을 공동기획한 인물이기도 하다.  

올해 지리산포럼의 주제는 ‘작은 변화의 씨앗을 나누는 숲’이다. 10월 3일에서 6일까지 산내면 곳곳에서 변화를 만들어낸 모임이나 단체의 성과가 아닌 변화의 씨앗을 뿌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조 기획이사는 “올해는 사회적경제 영역과 접점을 만들었다면 앞으로는 노동, 마을, 정치, 시민사회 등 더 다양한 주체들과 함께 만들어 가고 싶다. 지리산이음의 행사가 아니라 우리 행사라는 인식의 전환을 고민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지리산포럼이 올해 5년째를 맞았다. 지리산포럼에 대해 소개해달라. 

▶ 지리산에 모여서 공유할만한 가치가 있고 사람들의 마음과 생각을 움직일 수 있는 아이디어와 구상, 경험과 계획 등을 발표하면서,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사회를 열망하는 사람들이 서로 교류하는 포럼이다. 매년 가을 지리산 산내면에서 개최하고 있다. 올해 5회째다. 

지리산과는 처음 어떻게 인연이 닿은 건가.  

▶ 서울에서 귀촌을 꿈꾸며 처음 완주로 내려갔다가 2003년에 지리산 자락에 있는 마을 산내면에 정착했다. 초기에는 직장이 서울에 있어 서울과 산내면을 오갔다. 거의 숙박만 하는 생활이었다. 40대가 되면서 동네에서 일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지리산이음에서 함께 일하는 임현택 지리산작은변화지원센터장이 이곳으로 이사오면서 의기투합하게 됐다. 

산내면 인구가 약 2000명이고, 그 중 귀촌자가 500여명이다. 마을공동체가 처음 형성되면서는 육아, 먹거리 등이 주민들의 관심거리였다면 아이들이 크면서는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문화적 공간을 고민하게 됐다. 아시다시피 산내면은 유기농으로 잘 알려져 있다. 외부에서 이곳을 방문했을 때 그것말고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카페공간을 열었다. 지리산문화공간 ‘토닥’이 그렇게 탄생했다. 카페를 기반으로 ‘마을학교 다락’을 열고 강좌, 책읽기모임 등을 다양하게 시도했다. 그때 게스트하우스도 회원제로 함께 운영했다. 공간에 관심이 많았던터라 실험적 공간,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공간을 고민했던 것 같다. 지나고보니 그게 ‘플랫폼’이었다.

지리산포럼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지리산이음’은 어떻게 시작한건가.

▶ 지리산을 둘러싸고 5개 시·군이 있다. 같이 하고 싶은 욕구는 강했지만 지리적 한계 등으로 그동안 교류가 어려웠다. 지리산권 각 커뮤니티, 동아리, 시민단체, 뜻있는 개인 네트워크들이 교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하나로 모여 2013년 겨울 ‘지리산이음’이 만들어졌다. 카페 토닥이 산내면 마을단체 중심이었다면, 지리산이음은 5개 시·군의 커뮤니티를 연결한 것이다. 나중에는 이들을 지원하는 기관이 되겠다는 포부를 갖게 됐다.  

2015년 지리산포럼을 시작했다. 남쪽 끝자락에 있는 지리산으로 전국의 사람들을 불러모은다는 시도가 처음에는 좀 무모하게 느껴졌을 것 같다. 특히 한국은 뭐든지 수도권 중심이지 않나. 

▶ 서울도 여러 지역 중 하나일 뿐인데, 모든 행사가 서울에 몰려있다. 기존의 이런 틀을 깨고 싶었다. ‘우리가 지리산에 있다고 전국을 커버못하란 법이 있을까?’, ‘지리산이라는 경계 없는 지역에서 세상을 논하는 장이 열리면 좋겠다’ 이런 생각으로 시작했다. 지리산 주변의 5개 시·군을 연결하고, 삶과 세상을 연결하는 일을 해보자고 시작한 게 지리산포럼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다보스포럼도 처음에는 스위스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됐다. 지금은 전 세계 이슈를 논의하는 세계 최대의 경제포럼으로 발전했다. 대한민국의 작은 지방도시라고 안 된다는 법은 없다고 봤다. 

당일치기도 아니고 2박3일, 올해는 3박4일간 열린다. 지리산포럼만의 차별점이라 한다면.  

▶ 다른 포럼과 달리 참가자들이 멀리들 와야하니 당일치기로는 어렵다. 우리는 이런 한계를 기회로 삼아 참가자들이 며칠간 여기서 머물며 일상적인 교류를 할 수 있도록 컨셉을 잡았다. 저녁에는 공연도 즐기며 단순히 듣고 가는 포럼이 아니라 함께 교류하고 소통하면서 인사이트를 얻어가는 포럼을 지향했다. 

또한 마을 곳곳이 모두 포럼 장이라는 점도 차별점이다. 초등학교 공간을 거점 삼아 지방 면사무소, 동네 카페 등에서 참가자들이 오며가며 교류한다. 날이 좋으면 포럼을 야외에서 진행하기도 하고, 숙소도 큰 콘도 보다는 동네 펜션, 동네 게스트하우스에서 참가자들이 머물도록 한다. 근처 동네 식당들을 섭외해 밥을 먹는 등 마을에 있는 공간과 사람이 전국에서 온 참가자들과 연결되도록 고민했다. 사실 이 작은 마을에 100명 넘게 외부인이 오면 거부감이 생길 수 있는데, 이런 노력들이 있어 지역민들도 거부감없이 포럼을 받아들인 것 같다.    

올해로 포럼이 5년을 맞았다. 그동안 지리산포럼도 진화발전했을 것 같다. 

▶ 처음에는 ‘지리산이음포럼’으로 시작했다. 이제는 한 단체의 행사가 아니라 더 폭넓게 세상의 변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간에 교류 행사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행사명을 ‘지리산포럼’으로 바꾼 이유다.  

미세하지만 조금씩 변화를 가져가고 있다. 주제에서도 초기에는 청년, 시민사회 등 특정 주제를 정했다면, 작년부터는 ‘작은변화’라는 더 폭넓은 주제를 가져가고 있다. 기간도 2박3일에서 3박4일로 늘렸다. 

방식도 참가자 모두가 자기 얘기를 할 수 있으면서, 교류하고 쉬어가는 장을 만들고자 계속 고민 중이다. 더불어 지리산이음의 역할도 우리 정체성을 앞세우는 것보다 판을 까는 것으로 역할을 축소해나가고 있다. 

처음 80명에서 시작해 100명, 120명으로 늘어 올해는 150명을 예상한다. 보통의 포럼 규모를 생각하면 작지만, 산내면이라는 작은 마을에 3박4일을 머물 수 있는 인원,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고려하면 결코 적지 않은 수다. 

10월 행사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 올해는 ‘작은 변화의 씨앗을 나누는 숲’을 주제로 10월 3일에서 6일까지 산내면 곳곳에서 열린다. 변화를 만들어낸 모임이나 단체의 성과보다는 변화의 씨앗을 뿌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로 나눌 예정이다.  

올해 달라진 점을 꼽으라면, 100명이 오면 100명 모두가 자기 생각을 얘기할 수 있는 장을 연다는 점이다. 둘째날 오후에는 땡땡이 프로그램을 공식화하도록 설계했다. 다들 빡빡하게 일하다 내려왔기에 프로그램 참여도 좋지만 중간에 땡땡이 치고 싶지 않겠나. 지리산 자락까지 와서 실내에서 하니 답답하다는 이전 참가자 의견도 반영해서 3인씩 짝을 지어 근처 둘레길을 산책하며 대화하는 장을 만들었다. 일명, 함께 걸으며 알아가는 시간 ‘대화의 숲’이다.    

셋째날 오후에는 ‘렛츠컨퍼런스’라 해서 참가자들의 지식, 지혜, 경험, 정보를 거래하는 나눔장터가 열린다. 참가자들이 자기가 배우고 싶은 것, 가르쳐주고 싶은 걸 공유하고 그걸 거래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 발표자들을 보니 예년에 비해 사회적경제 분야에서도 많이 참여한다.  

▶ 올해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처음으로 파트너기관으로 참여했다. 사회적경제뿐 아니라 더 다양한 사회혁신기관들과 함께하기 위해 서울시NPO지원센터, 서울혁신파크도 파트너기관으로 참여한다. 내년부터는 초기 기획부터 파트너기관들과 함께 행사를 고민하고, 더 영역을 넓혀가고 싶다.    

참가자들과 밀착도가 높은 포럼이라 평가가 궁금하다. 

▶ 1회부터 매년 오는 분들이 있다. 포럼 참석을 강제하지 않으니 그런 자유로움을 좋아하는 분들도 있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게 좋아서 오는 분들도 있다. 물론 기존의 포럼 이미지를 생각하고 왔다가 너무 다른 분위기에 실망하는 분들도 있다.

우리는 포럼을 ‘성공했다, ‘아니다’ 이렇게 이분법으로 평가하진 않는다. 사람이 많이 왔다고 성공한 포럼일까, 오히려 들은 것을 마음에 오랫동안 이어가는게 더 중요한거 아닌가. 우리 목표는 조금씩 포럼을 개선해나가는 거다. 준비가 부족하고 엉성해도 서로 용인되는 분위기, 사람의 이야기가 더 중요한 행사가 되면 좋겠다.

주변 추천으로도 많이 오는데, 초기에는 단체활동가 위주였다면 요즘은 가족 단위로도 오고, 작년에는 초등학생 딸과 엄마가 같이 오기도 했다. 참가자 범위도 다양해져서 커뮤니티 단위로 오기도 한다. 사실 활동가가 3박4일 시간을 빼고 오기엔 다들 너무 바쁘다. 

지리산포럼이 어떤 모습으로 발전하길 바라나. 

▶ 장기적으로는 주최측이 기획하는 프로그램은 최소화하고 함께하는 기관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형태가 되었으면 좋겠다. 참여하는 주체도 다루는 주제도 더 폭넓어지고…나중에는 1주일 간 1000명이 함께 기획하고 준비해 진행하는 행사를 꿈꾼다. 

사회변화를 위한 곳으로 지역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 지역(로컬)은 계속 있어왔고 움직여왔다. 다만 서울이 이제 지역을 발견하고 주목하기 시작한 것 뿐이다. 시대적 요구도 반영된 것 같다. 과거에는 새로운 시도를 할 때 조직을 먼저 생각했다. 그런 관료적 조직의 시대는 저물어가고, 지금은 조직보다 커뮤니티를 만나는 기회가 많아지고 범위도 달려져 다른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국가, 지자체, 사회적경제 영역에서도 지역 단위 일이 많아지고, 그동안 조금씩 쌓아온 사람들의 성장도 한 몫해서 그들이 하고싶어하는 일들이 지금 시기와 잘 맞아떨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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