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 플라워쇼’의 올해 금상 수상자가 한국인 황지해라는 기사를 봤다. 첼시 플라워쇼는 영국왕립원예협회(RHS: Royal Horticultural Society)가 1827년에 처음 개최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정원박람회이다.
한국인의 금상 소식보다 더 눈길을 끈 것은 수상작품이 ‘지리산’을 모티브로 했다는 사실이다. 기사에 의하면 작가는 지리산 ‘동남쪽 약초 군락’을 재현했다. 작가는 1,500여종의 지리산 약초 중 상당수가 멸종과 서식지 감소 위기에 직면한 현실을 상기시키며 치유와 보존 노력을 해나가자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한다. 정원의 제목은 ‘백 만년 전으로부터의 편지’

정원 가운데 구조물은 전통 한약재 건조탑이라고 한다.
허브를 말리고 저장하는데 사용되는 한국의 유사한 건물을 참조했다고 한다.
황지해씨가 누구일까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이미 국제적으로 유명한 정원디자이너이고, 2011년과 2012년에도 DMZ와 해우소를 주제로 첼시플라워쇼에서 상을 수상한 적이 있었다. 2014년 황지해 작가의 강연을 소개한 기사에 의하면 <해우소, 마음을 비우는 곳(2011)> 작품은 화장실이 주는 이미지는 더러움과 냄새 같은 것들인데 그런 이미지와 대조되는 향기로운 꽃을 배치했다. 인간이 배출한 분뇨에 의해 비옥해진 땅 위에서 식물이 자라고, 그 식물을 인간이 먹는 순환구조를 통해 인간의 겸손을 표현했다고 한다.

2012년 작품인 <고요한 시간, DMZ 금지된 화원>은 해외에 살면서 한국이 존재감도 없고 전쟁국가라는 이미지가 강하다는 것을 느낀 작가가 우리나라의 존재를 알리고 이미지를 전환하기 위해 DMZ를 모티브로 제작한 정원이다.

올해 금상을 수상한 <백 만년 전으로부터 온 편지>를 소개하면서 작가는 “이익을 위해 경관을 파괴하는 행위를 막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고 한다. 또 “정원에 있는 바위들은 20억 년 넘은 시간을 상징한다. 인류 탄생 전부터 존재한 이 바위들은 수백만 년 동안 그 안에 특정한 형태의 사랑을 간직하고 있는데 이 사랑을 표현하는 것은 바위들 틈새와 갈라진 틈새에 피는 작은 식물과 꽃이다. 그래서 이 바위와 식물들은 수백만 년 전에 현재의 우리에게 보낸 편지처럼 보일 것”이라며 정원의 주제를 설명했다. 궁극적으로는 “사람들이 자연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 것”이 이 정원의 목표라고 한다.
이 정원에 식재한 식물들 중 상당수는 실제 지리산에서 자라는 약용 식물들이다. 기사에서 언급한 동남쪽은 산청과 함양이다. 실제 황지해 작가는 약용식물로 유명한 산청의 친선대사이기도 해서 2010년부터 매년 지리산을 찾는다. 그리고 이 정원의 구체적인 영감은 함양 칠선계곡 복원 프로젝트에서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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