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겐 어떤 커뮤니티 자본이 있는가? – 커뮤니티자본론

<커뮤니티 자본론>에 대한 추천사 요청을 받았다. 이 책은 ‘브래드 펠드’와 ‘이언 해서웨이’가 함께 쓴 <스타트업 커뮤니티 웨이>와 맥이 닿아있는 한국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Daum에 있다가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센터장을 역임한 전정환씨가 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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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자주 떠오른 말은 ‘호혜적 관계망’이다. 신뢰에 기반한 호혜적 관계망이 지역의 변화를 만드는 밑거름이라는 풀뿌리 운동의 상징과도 같은 말이 ‘커뮤니티 자본’과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지리산이음은 10년 동안 지리산 안과 밖의 사람들을 연결하고 지원해서 지역의 작은 변화를 만들어내고 시민사회와 비영리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활동을 해왔다. 작년에 지리산이음의 다음 10년을 구상하면서 정리한 생각은 이렇다. “이제까지 계속 확장해왔던 연결선들을 다시 지역으로 순환하게 하자. 지리산이음하고만 연결된 선들을 여러 지역, 주제, 커뮤니티 노드로 분산⋅공유하여 더 넓고 다양하게 연결된 관계망을 만들자. 그 관계망 안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신뢰에 기반한 공유, 거래, 소통, 나눔, 배움의 커뮤니티를 만들자. 그리하여 커뮤니티 안에 축적된 자산이 곧 지리산권을 포함한 시민사회와 비영리 생태계의 자산으로 쓰일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막연하게 정리했던 이 생각이 이 책을 읽으면서 더욱 선명해졌다. 시민사회⋅비영리생태계와 창업생태계는 다르지만 그 바탕에 있는 철학과 작동 원리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이 책은 알려준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지역, 변화, 연결, 관계, 신뢰, 커뮤니티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던 암묵지를 선명한 형식지로 바꿔준 셈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에 대한 이야기다. 시간은 곧 기다림을 의미한다. 이 책은 커뮤니티 자본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최소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제주에서 시도했던 작은 일들이 결국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는지 잔잔하게 이야기한다. 지역의 변화는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람에 대한 지원을 먼저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6년째 운영하고 있는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의 방향과도 맞아서 무척 반가웠다.  

저자의 이야기가 이상적으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이 이상은 실현가능하고 도전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이상이다. 세대, 지역, 분야의 경계를 허물고 신뢰에 기반한 커뮤니티를 만드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이다. 커뮤니티의 에너지가 여러 지역과 분야에서 차곡차곡 축적될 때 진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힘이 생기고, 변화를 함께 만들 새로운 사람들이 등장한다. 시민사회와 비영리 생태계에서 다음 10년을 위해 지금부터 무엇인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활동가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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