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물보다 귀한 유산이 어디 있겠는가?

이 책은 식물유전육종학자 한상기 선생님의 자서전 성격의 책이다. 저자는 대학에서 농업을 전공했고, 대학원에서는 국내 최초로 잡초학을 연구했다. 그러다가 71년 아프리카로 갔다. 당시 나이지리아의 주요 식용작물인 카사바가 병이 들어 사람들이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임무를 부여받고 나이지리아의 국제열대농학연구소에 간 저자는 이후 카사바, 얌, 고구마 등 아프리카 사람들의 주요 식용작물의 품종을 개량하여 병을 없애고 수확량을 늘리는데 청춘을 바쳤다.


황무지나 다름없는 아프리카 땅에서 한상기 박사가 보급한 카사바 종자는 아프리카 전역으로 퍼져나갔고, 아프리카 사람들의 굶주림을 해결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누군가는 한상기 박사에 대해 아프리카의 ‘조용한 혁명’을 이끌었다고 평한다. 아프리카 ‘농민의 왕’으로 칭호의 추장으로 추대되기도 했다.

책을 읽다보면 한상기 선생님의 농업에 대한 열정, 아프리카인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엿볼 수 있다. 현재는 한국에 거주하고 있다. 이 책은 90세가 넘어 쓴 책이다. 그는 200권의 노트에 기록을 남겨놓았다고 한다. 90세의 나이지만 이제는 페이스북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며 글을 쓰면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길은 나그네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
눈 덮힌 들판을 걸어갈 때
함부로 어지러이 가지 말라
오늘 내가 가는 발자국은
반드시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지니

“선택이 자신의 운명을 바꿀 만큼 중요한 순간도 찾아옵니다. 그런데 그 순간은 그냥 오는 게 아닙니다. 태어난 순간부터 무수히 경로를 바꾸어 온 선택의 축적된 시간이 그 순간을 만듭니다.”

“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1874~1963)의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에는 이런 시구가 나옵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 그리고 그것이 훗날 나의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다른 나무들과 함께 있으면 떨어진 잎들이 서로의 거름이 되어 주지만, 혼자서는 아무리 강한 나무도 살아남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그래서 가나 아칸족은 이런 격언을 만든 것 같습니다. ‘아무리 강한 나무도 혼자서는 오래 살지 못한다.'”

“작물학자로서 당부합니다. 자연이 파괴되면 작물도 다 죽습니다. 작물이 죽으면 우리 먹거리도 사라집니다. 아침에 맛있는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 그 일상이 꿈으로 사라질 겁니다. 우리 후손들에게 그런 비참함을 넘겨주어서는 안 됩니다. 땅을 함부로 대하지 마십시오. 우리의 생존은 땅이 움켜쥐고 있습니다. 땅에서 나오는 모든 생명력이 우리를 먹여 살립니다. 아무리 좋은 종자가 있어도 땅이 망가지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心不在焉 마음에 있지 않으면
視而不見 보아도 보이지 않으며
聽而不聞 들어도 들리지 않으며
食而不知其味 먹어도 그 맛을 알지 못한다

“그때 개발한 내병다수성 카사바는 지금도 병에 걸리지 않고 아주 건강하게 아프리카 사람들의 주식이 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그 카사바가 아프리카 여러 나라로 퍼져나가서 아프리카 사람들이 즐겨 찾는 음식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소주에도 카사바가 들어가 있을 정도입니다. 제 인생에서 카사바는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입니다. 카사바 덕분에 한국인 최초로 아프리카 추장이 될 수 있었습니다. 카사바 덕분에 영국과 미국 그리고 브라질에서 상을 받았고, 한국에 와서도 농업기술인 명예인 전당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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