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집을 짓다

O선배는 경량목구조주택을 배우기 위해 학원을 다니고 있다. 나는 페이스북과 웹서핑, 유튜브를 통해 접하는 집과 건축, 공간, 정원에 관한 여러 정보들을 모으고 있다. 스스로 짓는 집이 3년 후에 올라길지, 5년 후에 올라갈지 모른다. 그래도 집짓는 이야기, 공간을 디자인하고 정원을 가꾸는 이야기는 아주 꾸준히 흥미롭다.


저자는 서울에서 노무사로 일하다가 비영리단체를 만들어서 노동자들을 지원하는 일을 한다. 그 와중에 계속 시골로 내려가 사는 꿈을 꾼다. 결국 도시 인근에 땅을 사서 건축업자에게 맡겨 집을 지었지만 집에 영 마음이 가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직접 집을 짓기로 했다.

무엇 하나 스스로 만들어본 적 없는 저자가 집을 혼자 짓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집 터를 구하고 집을 짓는 전 과정의 이야기를 책에 담았다. 그렇다고 이 책이 매뉴얼스러운 안내서는 아니다. 하지만 집을 짓고 싶어하는 초보자들에게는 유용한 책이다. 집을 짓는 방법보다 더 중요한 게 담겨 있기 때문이다.

여러 시행착오의 과정과 실패와 좌절의 에피소드, 마을 사람들과 일손을 보탠 지인들에 대한 이야기, 집짓는데 필요한 각종 공구와 작업 과정에 대한 잔잔한 이야기는 쓱쓱 읽힌다. 그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집 짓는 방법보다 집을 대하는 태도와 마음이다. 집은 투자의 공간이 아니라 가장 오래 머무르는 일상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웃고 떠들고 대화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몇 년 전 건축가에게 들은 이야기가 생각난다.

“집을 설계하기 전에 난 그 집에서 무엇을 하며 지낼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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