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덮인 정동진 해변에서 경포대까지

오래간만에 도착한 강릉은 이전과는 다른 의미로 끌린다. 업무상 워크숍이나 회의로 자주 찾았던 곳이지만, 순수한 여행자의 마음으로 강릉 해변길을 걷기 위해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더욱이 정동진을 방문한 것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90년대 드라마 ‘모래시계’를 통해 이름을 알리게 된 정동진, 유명하면 오히려 가고 싶지 않은 마음을 30년만에 꺾고 이번 여행의 시작점으로 삼았다.

정동진에 도착하니 하루 전에 내린 눈으로 모든 해변이 순백으로 물들어 있었다. 평소 겨울 바다를 만날 기회가 많지 않아서인지, 하얀 눈으로 뒤덮인 해변은 낯설면서도 북유럽 어딘가의 해변처럼 신비롭게 다가왔다. 원래 계획은 해파랑길을 따라 정동진역부터 경포대까지 걷는 것이었다. 하지만 하루 전 내린 눈으로 인해 길이 질퍽해진데다가 방수가 되지 않은 신발 때문에 일반 도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군사 지역과 인접하고 주로 자동차 중심인 그 도로는 걷기 좋은 길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 5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걷고 나니 결국 경포대 부근에 닿았다.

일출을 보러 새벽녘에 바라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일출시간은 7시 15분이었다.
하늘도 너무 맑고 선명하게 빛낫다.
이토록 선명한 태양을 보는 것은 기억조차 나지 않을만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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