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풀리기 시작하면 시골길의 풍경이 달라진다. 밭으로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대보름이 지나면 올해 농사를 준비한다. 퇴비를 실은 트럭들이 마을을 오고간다. 길가 곳곳에 검은 비닐로 덮힌 퇴비더미가 쌓여있다. 겨우내 얼었던 밭은 기계에 의해 보송보송한 흙으로 다시 태어난다.
올해 농사를 시작한다. 매일 매일 조금씩, 할 수 있을만큼만 한다. 농사는 욕심으로 되는게 아니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매년 욕심이 생긴다. 시작할 때는 다 잘 될거라는 기대를 하기 마련이니까 욕심이 생긴다. 뿌린대로 거둔다는 말도 있지만 초보자에게는 농사만큼 예측하기 어려운 일이 있을까 싶다.
그래서 올해는 예측하지 않고, 기대하지 않고, 할 수 있을만큼 그냥 할 생각이다.

고추대를 뽑아놓고 아직 멀칭비닐도 다 걷지 못한 밭

고추대는 묶어서 한 곳에 보관해뒀다. 저렇게 계속 쌓여만 간다.

드디어 비닐을 다 걷었다.

뒤늦게 주문한 퇴비가 도착했다. 160포대.
관영, 현택과 4번에 걸쳐서 밭으로 옮겼다.
무작정 뿌리지 않고 적정한 양을 적절한 곳에 잘 뿌려서 오래 써야지.

맨 위 땅에는 로터리 작업을 올해부터는 안해보려고 한다.
매년 밭을 갈고, 거름을 뿌리고, 두둑을 만들고, 비닐멀칭을 하는 일의 반복,
작년에도 그런 생각으로 시도를 했으나 결국 넓은 밭 앞에 주저앉고 말았다.
올해는 할 수 있을만큼만 하되,
우선 윗 밭만이라도 로터리를 치지 말고 손으로 일궈보자는 다짐을 다시 했다.

다른 밭에 비해 실하진 않지만 작년 11월에 심은 마늘이 잘 자라고 있다.
그 옆에 심은 양파는 거의 전멸한 듯.
내가 심은 양파만 그런 줄 알았더니 다른 집들도 양파농사는 좌절.
면사무소에서 양파농가 피해현황을 조사하는 것을 보니 날씨 영향이 큰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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