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출장이나 여행을 갔다가 마지막 날에 가장 많이 찾는 곳은 탑동과 용담동이다. 공항과 가까울 뿐만 아니라 차가 다니는 도로 옆이긴 하지만 바다를 보면서 걷는 길도 좋다. 제주공항을 오고가는 비행기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지금은 전혀 감흥이 없지만 오래 전에 제주에 오면 가장 먼저 찾는 관광지 중 하나가 용두암이었다. 분출된 용암이 파도에 의해 침식되면서 형성되었는데 그 모양이 용의 머리와 닮았다 하여 용두암으로 부른다. 이름붙은 모든 바위가 그렇지만 이름을 듣고 나서야 ‘아, 닮았구나’ 알게 되는데, 용두암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용두암을 보러 오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래도 용두암을 가면 항상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과거 제주에 살 때 제주 출신 선배 한 명과 함께 용두암 근처 바닷가에서 파도소리를 들으면서 맥주 한 잔 할 때다. 지역 주민만이 아는 곳, 누구도 찾지 않는 곳, 위에서는 보이지 않는 곳. 30대 후반, 피곤함도 모르고 제주에서 일하는 것이 마냥 즐거웠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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