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스콘신의 한 앞마당에서 시작된 작은 책나눔, 전 세계적인 독서 공동체로 성장
2009년, 미국 위스콘신주의 한 주택 앞 마당에 설치된 작은 책 상자가 마을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책을 좋아하는 엄마를 위한 선물로 시작된 이 상자는, 아들 토드 볼(Todd Bol)이 엄마를 위해 만든 작은 도서관이었다. 그는 상자 안에 책을 가득 채워 이웃들과 나누기 시작했고, 이 단순한 행동은 하나의 사회운동으로 번져갔다.
이 소식을 들은 위스콘신주립대의 릭 브룩스(Rick Brooks)는 이 아이디어에 주목했고, 토드와 함께 2012년 비영리단체 ‘리틀 프리 라이브러리(Little Free Library)’를 설립했다. 비전은 분명했다. 모든 지역사회에 책을 나눌 수 있는 작은 도서관을 설치하자.

17만 5천 개의 도서관, 4억 권의 책 교환
결과는 눈부실만큼 대단했다. 2023년 기준, 리틀 프리 라이브러리는 121개국에 175,000개 이상의 도서나눔상자를 보급했으며, 그동안 약 4억 권의 책이 공유되었다. 이 도서관은 연중무휴 24시간 운영되며 누구나 자유롭게 책을 꺼내거나 채울 수 있다. “Take a Book, Leave a Book(책을 가져가고, 다른 책을 남기자)”라는 단순한 룰 아래, 문해력 향상과 지역 공동체 연결이라는 목표가 구현되고 있는 셈이다. (최근에는 “Take a Book, Share a Book”으로 슬로건이 바뀌었다.)
미국 내 3천만 명 이상의 성인이 초등학교 3학년 수준의 문해력을 넘지 못한다. 리틀 프리 라이브러리는 책에 대한 접근성이 부족한 아이들과 가정에 실질적인 독서 환경을 제공한다. 소외된 도시, 농촌, 원주민 지역 등 정보 소외 지대를 우선적으로 지원하며, ‘컬러로 읽기(Read in Color)’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인종과 성소수자, 소외계층의 목소리를 담은 책도 함께 나눈다.
누구나 설치 가능한 ‘도서나눔상자’
‘리틀 프리 라이브러리’는 자원봉사자가 중심이 되는 조직이다. 책을 공유하고 싶은 누구나 공식 웹사이트에서 키트를 구매하거나 직접 만들어서 설치할 수 있으며, 등록을 통해 전 세계 리틀 프리 라이브러리 지도에 자신의 도서관을 등록할 수 있다. 복잡한 절차 없이, 개인의 참여로 세계와 연결되는 방식이 이 운동의 핵심 동력이다.



지속 가능한 운영, 협력, 다양성에 기반한 비전
단체는 “접근성, 협업, 형평성, 존중, 투명성”이라는 다섯 가지 핵심 가치를 중심으로 활동한다. 내부 운영부터 파트너십, 공유하는 책의 내용까지 다양성과 포용성을 지향하며, 지역사회의 변화와 성장에 기여하는 독서 기반 플랫폼으로 자리잡고 있다. ‘리틀 프리 라이브러리’는 단순히 책을 나누는 운동이 아니다. 그것은 책을 매개로 공동체를 연결하고, 독립적이고 평등한 정보 접근을 통해 사회를 조금 더 따뜻하게 바꾸는 실천이다.

누구든지 도서관을 만들 수 있다.
리틀 프리 라이브러리를 설치하는 절차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첫 단계는 도서나눔상자를 놓을 적절한 장소를 정하는 것이다. 공원 입구, 주택가, 카페 앞마당 등 공공성과 접근성을 고려한 공간이면 충분하다. 단, 법적 허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필수다.
다음은 이 상자를 책임지고 운영할 관리자 1인 이상을 지정하는 것이다. 이후에는 나무로 직접 도서함을 제작하거나, 단체가 운영하는 공식 온라인 스토어에서 다양한 디자인의 도서함을 구매할 수 있다. 설치가 완료되면 리틀 프리 라이브러리 공식 표지판(플래그)을 부착하고, 등록 절차를 밟는다. 웹사이트에 계정을 만들고 도서관을 지도에 등록하면, 이제 전 세계 리틀 프리 라이브러리 네트워크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게 된다.
이후에는 지역 주민들에게 소식을 알리고, 오프닝 행사를 열어 도서관의 개장을 알리는 것이 좋다. 이벤트를 통해 책 기부를 유도하거나, 첫 번째 책을 함께 나누는 프로그램도 운영할 수 있다. 설치가 완료된 후에는 별도의 운영비나 사용료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책을 꺼내고 넣을 수 있는 열린 도서관이 된다. 이 모든 과정은 책을 좋아하는 시민 누구나 손쉽게 실행할 수 있는 수준이다. 작고 조용하게 시작되지만, 이 책장은 어느새 마을의 중심이 되고, 책을 통해 사람들을 이어주는 커뮤니티의 상징이 된다.








이 단체가 남긴 성과
미국에 본부를 둔 ‘리틀 프리 라이브러리’는 현재 20명의 상근 스태프와 14명의 이사진이 활동을 지원하고 있으며, 전 세계 121개국에 17만 5천 개 이상의 작은 무료도서관을 운영 중이다. 지금까지 약 4억 권의 책이 이 도서함을 통해 교환되었고, 매일 평균 한 권씩의 책이 나눠지고 있다. 자원봉사자의 72%는 이 활동을 통해 더 많은 이웃을 만났다고 답했으며, 이용자의 98%는 작은 도서관 덕분에 동네가 더욱 친근한 곳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단체의 공동창업자인 릭 브룩스는 2014년 이 단체에서 은퇴했고, 이 일을 처음 시작한 토드 볼은 2018년 췌장암으로 사망할 때까지 이 단체의 상임이사로 재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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