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에 민주주의를 촉진하는 다양한 기술과 도구를 정리하면서 Dotmocracy라는 개념을 소개한 적이 있다. Dotmocracy는 보는 그대로 Dot(점)과 Democracy(민주주의)를 조합한 말이다. Dotmocracy는 참가자들이 아이디어나 주장 옆에 점을 찍거나 스티커를 붙이는 방식으로 참여자의 의견을 시각화하는 투표 방법이다. 기존의 토론과 표결이 아닌, 참여자 한 명 한 명이 자신의 의견을 간단하고 투명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방식으로 ‘스티커 투표’라고도 불린다. 한 곳이 아닌 여러 곳에 다중 투표를 할 수 있어서 우선 순위를 정하거나 의견 분포도를 살펴보는데 효과적이다. 그래서 여러 행사나 교육에서 꽤 많이 쓰인다.

Dotmocracy(스티커투표)가 사용하기 쉽고, 동등하게 참여를 보장하고, 많은 수의 참가자가 있을 때도 유용하고, 시각적으로 결과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지만 이에 대한 비판도 있다. 창의성과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한시키고, 자칫 잘못된 결과를 줄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리고 아래와 같은 비판들도 있다.
- 점 투표는 단순히 스티커로 하는 선다형 설문과도 같다.
- 참가자들은 스티커를 붙이기 전에 모든 선택지들을 보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 너무 많은 선택지를 주면 효과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주최측은 독특한 아이디어를 보다 넓고 덜 구체적인 개념으로 일반화하게 된다.
- 투표가 시작되고 난 후에는 새로운 선택지가 추가될 수 없다.
- 종종 사람들은 모든 선택지에 대한 스스로의 의견을 생각해보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붙인 곳에 단순히 따라 붙이는 경우가 많다.
Dotmocracy(스티커투표)의 문제점 – Dotmocracy is Broken
피드백 프레임(Feedback Frames)을 만든 공공 참여 컨설턴트, 제이슨 다이스먼(Jason Diceman)은 “Dotmocracy is Broken”라는 글에서 기존의 스티커 투표를 비판하고, 새로운 개념의 투표 방식을 제안했다. 제이슨은 4가지 이유 때문에 스티커 투표 대신 새로운 방법을 고안했다.

문제 1 : 편승효과(Bandwagon Effect)
- 편승 효과란 사람들이 자신의 신념과 상관없이 다른 사람들이 하고 있기 때문에 따라 하는 심리적 현상이다.
- 편승효과는 집단사고(groupthink), 동조(conformity), 또래 압력(peer pressure)이라고도 불리며, 군중을 따르는 것은 인간의 사회적 본성의 일부이다.
- 많은 사람들이 이미 점을 찍은 곳을 보게 되고, 그 선택지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 만약 ‘대중의 지혜(wisdom of the crowd)’에 기반한 현명한 결과를 원한다면, 투표는 비밀스럽고 독립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문제 2: 표 분산(Vote Splitting)
- 표 분산, 또는 ‘스포일러 효과(spoiler effect)’라고도 불리는 현상은 비슷한 후보들 사이에 표가 나뉘어, 독특한 후보가 불공정하게 유리해지는 상황을 말한다.
- 일부 퍼실리테이터들은 이런 이유로 비슷한 옵션을 묶어 표 분산을 피해야 한다고 말한다.
- 하지만 이렇게 하면 구체적인 옵션이 아니라 ‘일반적인 범주’에 투표하게 되어, 진짜 의견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문제 3: 선택 과부하(Choice Overload)
- 스티커 투표는 여러 선택지 중에서 고르는 객관식 설문과 비슷하다.
- 참가자는 점을 찍기 전에 모든 선택지를 읽고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인간의 뇌는 한 번에 약 3~9개의 정보 단위만 유지할 수 있다.
- 만약 선택지가 10여 개가 넘고, 그 내용이 조금이라도 길거나 복잡하면 어디에 점을 찍을지 결정하는 과정이 벅차다.
- 참가자들은 ‘선택 과부하(choice overload)’ 또는 ‘과다 선택(overchoice)’이라는 심리 현상을 겪게 된다.
- 선택지가 너무 많으면, 우리는 결정을 돕기 위해 ‘사회적 증거(social proof)’에 의존하게 되고, 이는 다시 편승 효과 문제로 이어진다.
문제 4: 결과를 검증할 수 없음
- 닷모크라시(dotmocracy) 방식으로 스티커 투표를 집계할 때, 그 결과가 사실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점들을 알 수 없습니다.
- 누군가 좋아하는 옵션에 스티커를 몰래 더 붙이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옵션에서 스티커를 떼어냈는지?
- 스티커가 잠시 바닥에 떨어졌다가 붙여지지 않았는지, 늦게 추가되었는지, 그래서 일부 참가자들이 그것을 보지 못했는지?
- 일부 참가자가 문구를 헷갈리게 이해했거나, 필체를 읽지 못했는지?
제이슨 다이스먼(Jason Diceman)은 한 때 스트커 투표의 신봉자였다. 심지어 핸드북도 썼다고 한다. 하지만 이 방식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많은 시도를 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온라인 앱이나 전자투표 키패드 등도 써봤지만 예산과 기술적인 어려움에 직면했다. 그래서 결국 스스로 피드백 프레임(Feedback Frames) 프로토타입을 만들기 시작했고, 현재는 이 독특한 아날로그 투표 도구를 퍼실리테이터, 교육자, 컨설턴트들에게 보급하고 있다.
시작은 아이디어 평가지(Idea Rating Sheets)였다.


2014년 9월, 제이슨은 “다트모크라시여 안녕. 이제는 ‘아이디어 평가지의 시대”라는 글을 통해 스티커투표의 대안으로 아이디어 평가지(Idea Rating Sheets)를 제안했다. ‘아이디어 평가지’는 순위가 매겨지고 추가되는 아이디어에 제한이 없다는 특징이 있다.
‘아이디어 평가지’는 각 참가자들이 시트에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쓰고, 그들이 동의하는 정도를 6가지 기준에 따라 점을 칠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결과는 각 아이디어가 어느 정도의 지지와 반대를 받는지 알 수 있게 한다. 참가자들은 한 번에 한 가지 아이디어를 보면 되고, 원하는만큼 아이디어를 선택해서 순위를 매길 수 있다. 그리고 시트 우측에 참가자가 서명을 함으로써 색칠된 점의 개수를 인증할 수 있으며, 하단에 선택적으로 적을 수 있는 코멘트들은 아이디어에 추가적인 생각을 더해준다. 아이디어 평가지는 시트를 인쇄할 수 있는 PDF파일과 사용핸드북도 제공하고 있다.
이제는 다음 단계로 나아갈 때 – 피드백 프레임(Feedback Frames)
이러한 아이디어 평가지를 좀 더 발전시킨 것이 피드백 프레임(Feedback Frames)이다. 피드백 프레임은 비밀 점수 투표(secret score voting)을 가능하게 하는 아날로그 도구이며, 참가자들은 커버로 감춰진 슬롯에 토큰을 떨어뜨려 각 아이디어에 대한 평가를 한다. 나중에 커버를 벗겨내면 그래프처럼 시각화된 결과가 나타난다.

피드백 프레임은 처음에는 ‘Idea Rating Sheets’ 형태로 구현되었다가, 2014년 본격적으로 Feedback Frames 형태로 발전했고, 2018년부터 제작과 유통이 이루어졌다. 피드백 프레임은 아래와 같이 이용할 수 있다.
- 참가자는 아이디어가 적힌 종이를 프레임 앞에 놓고, 익명으로 각 아이디어에 토큰을 떨어뜨리며 점수를 매긴다.
- 별도로 서명을 추가함으로써, 토큰 수와 서명 수를 대조해 검증할 수 있다.
- 비밀투표를 보장하고 편승효과를 차단하면서도 결과를 시각적으로 보여줌으로써 투명성과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
- 기술적 장치 없이도 대규모 워크숍에서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피드백 프레임(Feedback Frame)은 이전 방식을 개선한 도구로 집단 사고와 선택 평향을 피하면서도 더 공정하고 재미있게 진행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퍼실리테이션 전문가인 Adrian Segar는 피드백 프레임을 “저기술(Low-Tech)이지만 신뢰할 수 있는 익명 투표 도구”라고 소개하면서 온라인 도구 없이도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는 단순함이 장점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 참고자료 >
– 피드백 프레임 홈페이지
– 위키피디아 Dotmocracy 항목
– 닷모크라시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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