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색도 검은색도 아닌, 세상을 바꾸는 얼룩말 – Zebra and Company

유니콘 기업과 제브라 기업

스타트업계에서 ‘유니콘기업’은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데, 아직 상장(IPO)하지 않은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을 뜻한다. 마치 신화 속 유니콘 처럼 희귀하고 특별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고, 아주 빠른 성장과 압도적 수익성을 상징한다. 그러나 기업의 가치는 수익성만으로는 평가할 수 없는 시대이다. 사회적 가치와 지속가능성을 담보하지 않은 유니콘 기업은 거품 논란부터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고, 막대한 수익이 투자자와 소수 창업자에게 집중되는 등의 여러 부작용을 낳았다.

이런 배경 속에서 유니콘에 대비해서 등장한 개념이 “제브라 기업(Zebra Company)”이다. 얼묵말의 흑과 백의 줄무늬처럼 이윤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기업, 즉 성장과 공존을 양립시키는 기업을 뜻한다. Zebra and Company는 이러한 제브라 정신을 일본에서 구체화하고 실험하는 기업이다.

창업자인 타부치 요시타카

다른 종류의 회사가 충분히 가능하다

<Zebra and Company>의 창업자인 ‘요시타카 타부치()Yoshitaka Tabuchi)’는 기존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에 강한 문제의식을 가졌다. 자본과 수익의 논리로만 움직이는 생태계에서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어렵다는 현실 때문이었다. 요시타카는 임팩트 투자자로 활동하던 중 기존 유니콘 방식이 아닌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하려는 창업가를 만났다. 그는 “지속가능한 사회적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비교적 적은 규모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 때 대화가 요시타카에게 큰 인상을 남겼다. 이후 그는 Zebras Unite 운동을 알게 되었고, 일본에서도 이 개념을 활성화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요시타카는 “자본이 반드시 사회적 선과 연결되어야 한다”는 신념 아래 회사를 설립했고, 투자와 지원을 통해 사회와 지역에 뿌리 내리는 기업을 키워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그의 철학은 “이윤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며, 사회적 변화를 가능케 하는 에너지”라는 데 있다.

사명과 비전, 그리고 하는 일

Zebra and Company는 자신들의 비전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 사명(Mission): “사람과 사회, 자연이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자본과 사업으로 만들어 간다.”
  • 비전(Vision): “유니콘의 신화를 넘어, 얼룩말 같은 기업들이 모여 협력하며 살아가는 세계.”

즉, 단순히 개별 기업의 성공을 넘어서, 연대와 협력 기반의 새로운 경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이들의 최종 목표다. 그래서 이들은 단순히 투자회사에 머물지 않는다. 현재 이들이 펼치는 주요 활동은 크게 다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 임팩트 투자 – 사회적 가치와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기업에 투자한다.
  • Zebrahood 운영 – 제브라 기업가, 활동가, 투자자들이 모여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토론하는 커뮤니티 행사다.
  • 지역 기반 합작법인(JV) 설립 – 일본 각 지역에서 사회혁신을 실험하는 프로젝트를 기업·지자체와 함께 추진한다.
  • 리얼 에셋(Real Asset) 프로젝트 – 온천이나 전통 가옥 등 지역 자산을 활용해 지속가능한 경제 모델을 실험한다.
  • 철학 전파와 교육 – 제브라 자본과 제브라 기업 철학을 아시아 전역에 알리고, 사회적경제와 임팩트 생태계의 확장을 돕는다.

제브라후드(Zebrahood), 제브라 철학을 가진 사람들의 네트워크와 토론의 장

제브라후드(Zebrahood)는 이들의 철학을 확산하는 대표적인 행사다. ‘제브라후드’는 단순한 컨퍼런스가 아니라, 기업가와 투자자, 시민사회 활동가가 한데 모여 “어떤 기업이 좋은 기업인가”, “자본은 무엇을 위해 쓰여야 하는가”를 논의하는 장이다. 이곳에서는 사례 공유, 실험적 프로젝트 발표, 파트너십 탐색 등이 활발히 이루어진다.

2022년 처음 열린 제브라후드(Zebrahood)

Zebra and Company가 세운 지역 합작법인(JV) 프로젝트도 주목할 만하다. 홋카이도의 야자와온센 롯지 재생, 교토의 마치야 활용 프로젝트, 도쿄 외곽 지역의 커뮤니티 자산화 실험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단순한 부동산 개발이 아니라 지역 자산을 공동의 사회적 자본으로 전환하는 시도다.

또 Zebra and Company의 도전은 단순히 일본만의 실험이 아니다. ESG, 임팩트 투자, 사회적경제라는 흐름 속에서 세계 곳곳에서 유사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일본발 제브라는 유니콘 모델과의 대비 속에서 더 선명하다. 빠른 성장 대신 느리지만 지속가능한 길, 개별 기업의 성공 대신 공동체적 생존과 번영을 추구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또 일본은 정부의 ‘신 자본주의(New Capitalism – 성장과 분배가 상호보완적으로 진행되도록 설계된 정책으로 기시다 총리 시절 추진)’ 전략에도 반영되어, 제브라 기업 모델이 지역 문제 해결과 중소기업 활성화의 핵심 사례로 채택되는 성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Zebra and Company는 유니콘의 시대를 꿈꾸는 기업가들에게 도전장을 내민 얼룩말이다. 창립자의 철학, 투자와 지원, 그리고 제브라후드와 같은 행사를 통해 새로운 자본주의의 모습을 그려가고 있다. 아직 안착되지는 못해지만 그들의 행보는 “성장과 공존은 양립할 수 있다”는 믿음을 증명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참고자료
Zebra and Company 홈페이지
제브라 후드 홈페이지
제브라 기업, 일본 경제 정책의 핵심 구성 요소가 되었다. – Zebra Un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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