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에서 만난 버마민주화운동가, 나인 옹(Naing Aung)

하루를 온전히 자연 속에서 보내며 머리를 식혔던지라, 10일차에는 태국과 미얀마 국경지대에서 오랫동안 난민 지원 활동을 해온 허충준 목사님를 만났다. 동시에 목사님이 초대해 준 미얀마 민주화운동가와 여성운동가들도 함께 만났다.

허충준 목사님는 태국–미얀마 국경지대에서 난민과 강제 이주민을 지원해 온 목회자이자 활동가다. 한국에서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을 하던 그는 2000년대 중반 “더 어려운 곳에서 일해야 한다”는 결심으로 삶의 터전을 아예 태국으로 옮겼다. 현재는 치앙마이에 거처를 두고, 국경 도시이자 난민 밀집 지역인 메솟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메솟은 난민 캠프와 비공식 거주지가 뒤섞인 곳이다. 이곳 난민과 주민들의 법적 지위는 불안정하고, 국제사회의 관심에서도 종종 벗어나 있다. 허 목사님은 이러한 경계의 공간에서 난민을 도와야 할 대상 이전에,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 대하며 활동해 왔다.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세우고, 공동체가 스스로 운영될 수 있도록 뒷받침한다. 

여성과 청년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돕고, 마을 주민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염소 한 마리를 빌려주는 염소은행까지, 그의 활동은 거창하기보다 생활에 가까운 방식으로 이어져 왔다.

허목사님는 자신이 해온 일뿐 아니라, 태국과 미얀마 국경지대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 미얀마 군부 세력의 폭력, 그리고 난민들이 처한 상황을 차분하게 들려주었다. 사실 허 목사님은 작년에도 한 차례 만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들은 이야기가 워낙 깊은 인상을 남겨 이번 일정에도 다시 초대하게 되었다.

이야기를 나눈 뒤 우리는 점심 식사를 위해 자리를 옮겼다. 그곳에는 허 목사님이 초대한 미얀마 민주화운동가와 여성운동가들이 이미 와 있었다. 식탁을 사이에 두고, 조금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미얀마 출신 여성운동가 세 명은 현재 치앙마이를 거점으로 인터넷 미디어를 운영하며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미얀마 국내에서 군부 세력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민주화운동가 탄압과 여성에 대한 인권 유린의 실상을 기록해, 국제사회에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이날 대화 가운데 특히 인상 깊었던 인물은 미얀마 민주화운동가 나인 옹이었다. 그는 1988년 버마 8888항쟁 이후, 조국의 민주화를 위해 35년 넘게 활동해 온 인물이다. 언젠가 미얀마가 민주화되어 돌아갈 수 있다면, 그때 가장 필요한 것은 시민사회의 힘이라고 그는 믿고 있다. 이야기 말미에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운동’의 세 가지 관점을 전해주었다. 특별히 새로운 말은 아니었지만, 그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말이었기에 더욱 선명하게 다가왔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무엇을 말하느냐 이전에, 누가 말하느냐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된다.

“사람들의 생각을 깨운다.
스스로 믿는 것을 말하게 한다.
함께 협력하도록 한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운동이다.”
– 버마민주화운동가 나인 옹

[창간68주년·코리아 고스트, 난민]버마 민주화포럼 이끄는 나인 옹
https://www.kyeongin.com/article/783041

나인 옹은 “작은 모순을 바꾸려는 소수 그룹이 여럿 모여 개인적인 지역문제를 넘어서서 전국적인 이슈와 링크돼 큰 흐름을 만들어 내게 될 것이다”며 “미얀마 민주화를 위해선 지역 및 작은 문제를 풀 수 있는 풀뿌리 조직의 역량 강화가 그 해답이다”고 기대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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