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작은 시골마을의 카페에서의 일상 

2015년 1월,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서 요청한 원고. 토닥에서의 하루를 아주 짤막하게 그려달라는 요청이었다.

흙이 잔뜩 묻은 장화를 신은 두 아저씨가 카페에 들어오면서..
“바닥이 지저분해졌네… 미안혀. 에스프레소 한잔줘! 찐하게 투샷으로다가”

초등학생 자녀를 데리고 온 아줌마가 카페에 와서…
“상은아, 여기서 만화책 좀 보고 있어.. 엄마 일 보고 오께” “우리 상은이 좀 잘 부탁해요”

연신 춥다고 하면서 카페 난로 앞에 선 동네 아가씨가 하는 말…
“남원 나가려는데 차 시간이 남아서 잠깐 몸 좀 녹이고 가께요”

카페 전화벨 소리가 울린다. 
“토닥이죠? 입석리 사는 OO인데요. 
눈이 많이 와서 택배가 집까지 못온데요. 그래서 토닥에 맡겨놓으라 했어요. 이따 찾으러 가께요.”

2년 전, 내가 살고 있는 지리산 자락 시골 마을(남원시 산내면)에 문을 연 <마을카페 토닥>은 이렇게 마을 사람들의 사랑방이 되었다. 물론 지리산을 찾는 여행객들에게는 둘레길을 걷다가 커피 한잔 하면서 잠시 쉬어가는 휴식공간이기도 하다. 처음 “지리산에서의 즐거운 실험”이라고 하면서 <지리산문화공간 토닥>이라는 단체를 만들고, 첫 프로젝트로 마을카페를 열겠다고 했을 때 시골에서 누가 커피를 사먹겠냐면서 주변의 걱정아닌 걱정도 많았다. 그럼에도 단순히 커피를 파는 곳이 아니라 마을에 문화와 예술의 향기를 퍼트리는 공간으로 만들어가보자는 이야기에 마을 사람들은 후원금을 내고, 건물을 수리하는데 재능을 기부하고, 정기 회원으로도 가입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마을카페 토닥>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만큼이나 다양한 의미로 생각되는 곳이 되었다. 사람들끼리 둘러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수다를 떠는 곳이고, 매주 화요일 영화를 볼 수 있는 곳이고, 노트북 하나 들고 와서 일하는 곳이고, 혼자 와서 만화책 삼매경이 빠져드는 곳이고, 지혜와 지식을 전하는 강연이 열리는 곳이고, 작은 음악콘서트가 열리는 곳이고, 마을 행사가 열리는 곳이다. 그렇게 모이는 사람들이 서로를 조금 더 알게 되고, 그렇게 알게 된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해보자고 의기투합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마을카페 토닥>은 커피를 파는 곳이 아니라 관계를 이어주고 문화와 예술을 파는 곳이 되었다.     

카페가 마을의 문화공간으로 자리잡고 수익도 조금씩 늘어나면서 처음에 마을 분들에게 약속했던대로 카페 수익금의 일부를 다시 지역에 환원하기 시작했다. 작년부터 적립한 <토닥 어르신/청소년 기금>은 연말 혼자 사는 어르신들을 위해 뗄감과 반찬을 지원해주는 봉사활동에 기금을 전달했고, 어르신들을 위한 겨울놀이마당 추진에도 기금을 보탰다. 그리고 청소년들을 위한 기금은 올 여름방학때 쓰기 위해 계속 적립 중이다. 

<마을카페 토닥>에서는 주 4일제를 기본으로 3명의 마을 사람들이 적정한 인건비를 받으면서 일을 한다. 그 분들이 나이가 들어 혹은 다른 좋은 일이 생겨 사람이 바뀔 수도 있겠지만 카페는 10년 후에도, 20년 후에도 마을 사람 3명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직장이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조만간 이 카페의 건물과 모든 자산은 개인 소유가 아닌 공익법인에 기부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이 카페는 한 사람의 의지나 노력에 의해서 운영되는 곳이 아니라 아니라 이곳에 계속 살아가는 사람들이 함께 운영하고 유지하면서 다음 세대로 이어주는 진짜 “마을카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을카페 토닥>처럼 언젠가는 마을의 식당도, 술집도, 민박도 마을 사람들이 함께 운영하는 공간으로 새롭게 변모하기를 기대해보고 있다. 그러면 애초에 꿈꿨던 것처럼 굳이 도시로 나가지 않더라도 이 작은 시골마을에서 서로 토닥토닥하면서 즐겁게 살아갈 날들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어머니의 품처럼 따뜻한 지리산을 바라보면서.  

댓글 남기기

워드프레스닷컴에서 웹사이트 또는 블로그 만들기

위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