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으로 고흥에 온다는 선배를 보러 고흥에 다녀왔다. 고흥은 처음이다. 나로우주센터가 있는 나로도항은 고흥반도의 최남단에 있는 연안항이다. 1970년대 연안항으로 지정되었다는데 당시에는 삼치어장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지금도 고흥하면 삼치가 유명하다. 그래서 저녁은 삼치회.

나로도항은 도시에서 꽤 많이 떨어진 곳이어서 관광객도 많지 않고, 폐허가 되어버리는 느낌을 주는 조용한 항구였다. 늦은 오후여서인지 손님 한 명 없는 수협공판장이 이곳의 분위기를 전해줄 뿐이었다. 그나마 저녁 6시가 넘으니 근처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한 두명 모습을 드러내는 것 외에는 관광객 한 명 찾을 수가 없었다.



나로도 마을 뒷편에 자리잡은 작은 공원인 나로낭만쉼터. 명품어촌테마마을 조성사업으로 만들어진 쉼터인데 조경도, 구조도, 산책길도 그냥 대충 했다는 느낌을 줄 뿐이었다. 계단은 높아서 마을 어르신들은 이곳을 이용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우리처럼 저녁 식사 전에 산책이라도 좀 하자고 마음 먹는 사람 외에는 굳이 와야 할 이유가 없는 쉼터. 삼치 조형물과 우주인복을 입은 조형물은 이 쉼터가 얼마나 부자연스러운 느낌을 주는지를 보여주는 상징과도 같았다.

항구 앞에는 여러 수리센터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한 때는 일일 최대 조업어선이 500척이나 되었다고 하니 배를 수리하는 업체들이 꽤 많이 있었으리라 짐작이 된다. 지금은 잘 볼 수 없는 로케트 밧데리 간판이 인상적이었다.

그래도 어딜 가나 제일 인상적인 것은 공원도 아니고, 조형물도 아니고, 전시관도 아니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그 지역을 기억하게 하는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다. 고흥의 나로도항도 마찬가지다. 사람 한 명 없고, 움직이는 배도 없는 그런 조용한 항구 앞 바다로 떨어지고 있는 석양의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다른 모든 일정의 핑계, 오늘의 저녁식사는 삼치회. 삼치회는 3인상 7만원 정도로 3명이 먹기에 충분했고, 반찬 또한 이것저것 많지 않고 딱 먹기 좋은 반찬들만 적당하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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