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동저자로 참여한 책이 나왔다. 서울 밖에서 답을 찾고 싶은 14명의 이야기가 400여 페이지에 담겨 있는 책이다. 인터넷 서점에는 예약판매 중인데 21일 출고 예정인 듯
처음에 원고 청탁은 ‘지리산포럼’을 주제로 받았지만 포럼 내용이나 방식 보다는 “왜 지리산포럼을 할까?”라는 이유를 말하고 싶었다. 그 이유를 설명하자니 오래 전 이야기부터 꺼낼 수밖에 없었다. 로컬에서 일하는 사람은 알겠지만, 지금 하고 있는 대부분의 일은 이유 없이 불쑥 튀어나온 일이 아니다. 오랜 시간 축적된 생각, 경험, 관계가 쌓여서 생겨난 일이고, 누적된 시간 동안 함께 한 사람들이 모두 연결된 일이다.
그래서 서울을 떠난 이야기, 제주도에 잠시 살면서 공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 서울에서 커뮤니티에 기반한 사회적 공간을 준비하다가 실패한 이야기, 다시 지리산에서 마을카페로 시작해서 현재의 <지리산이음>까지의 과정,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와 곧 만들어질 <커뮤니티 공간 – 들썩>에 대한 이야기까지 담았다. 결과보다 계기와 과정, 이유를 쓰다보니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쓸 수밖에 없었는데 짧은 글 안에 여러 이야기를 담다 보니 충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유는 설명될 것 같다.
왜 <지리산이음>은 지리산에서 마을 일이나 지리산권 지역의 일만 하기에도 벅찰텐데 전국을 대상대로 일을 하냐고 질문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에 대한 답을 이 책을 통해 하고 싶었다.
‘지리산이음’은 단지 지리적으로 지리산 자락의 작은 시골마을(산내면)에 자리 잡고 있을 뿐이다. 서울에 있는 단체나 기업에게 왜 서울 지역 밖의 일까지 하냐고 묻지는 않는다. 따라서 지리산에 있으면서 지리산 밖의 일에 관심을 가지고, 지리산 밖의 사람들을 연결하고, 그들과 함께 일하는 건 하나도 이상할 게 없는 일이다. 각자 살고 있는 곳이 세상의 중심이다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지도의 중심축을 각자가 살고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놓고 보면 서울도 주변일 뿐이다.
지금은 작고하신 신영복 선생님을 2011년 컨퍼런스에 모신 적이 있는데 그 때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지리산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마다 항상 염두해두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역사는 변방에서 이루어집니다.
그러나 중심부에 대한 콤플렉스가 없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