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에서 <로컬이 다시, 꿈 꾸는 나라> 이름으로 일본의 로컬 탐방 기사를 연재하고 있다. 기사만으로는 부족한 정보를 구글 검색하고, AI에게 질문한 후 관련 내용을 추가 정리했다.
– [서울경제] 거리보러 도쿄에서 2시간 간다… 매달 5만명 소도시 거리의 비밀 (2026.7.15)
– [서울경제] 도시재생, 건물 짓는 것보다 … 창업생태계 조성 우선돼야 (2026.7.16)
일본의 소도시를 찾아가는 여행이 유행이다. 도쿄나 오사카에서 느낄 수 없는 한층 여유러운 풍경과 도시의 문화 때문에 몇 년 전부터 꽤 많은 사람들이 일본 소도시 여행을 즐긴다. 마쓰야마, 다카마쓰, 시즈오카, 나가사키, 기타큐슈, 사가, 오이타… 내가 여행간 일본 소도시만 해도 얼추 10곳은 된다.
반면 로컬이나 지역재생의 관점에서 보자면 일본의 지방 소도시를 떠올리면 흔히 인구 감소, 빈 점포, 쇠퇴한 상권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른다. 국내라고 별반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일본의 많은 지방도시는 고령화와 수도권 집중으로 인해 오랫동안 도시의 활력을 잃어왔다. 이렇게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사람이 다시 모이는 도시’, ‘젊은 창업가들이 찾아오는 도시’, ‘민간이 도시를 바꾸는 도시’로 주목받는 곳이 있다. 바로 위 서울경제 기사에서 소개한 군마현의 마에바시(前橋市)다.
마에바시는 도시재생 전문가들 사이에서 ‘마에바시 모델’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이 모델은 도시재생에 있어 대규모 개발사업이나 정부의 막대한 예산에 의존하지 않았다. 대신 지역 기업, 기업가, 시민, 예술가, 건축가가 함께 ‘도시를 다시 만들어간 과정’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는 모델이다.
마에바시는 어떤 도시인가?
마에바시는 일본 혼슈 중앙부에 위치한 군마현(群馬県)의 현청 소재지다. ‘마에바시’라고 해서 ‘마에바’가 도시이름이고 뒤에 ‘시(市)’를 붙여서 부른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마에바시(前橋)’가 도시 이름이다. 인구는 약 33만 명 규모다. 도쿄에서 신칸센과 철도를 이용하면 약 1시간 30~4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어 접근성도 좋은 편이다.
지리적으로 자연과 도시가 공존하는 곳이다. 북쪽에는 아카기산(赤城山)이 있고, 도시 중심부에는 군마현을 대표하는 도네강(利根川)이 흐른다. 예부터 풍부한 수자원을 바탕으로 비단 산업과 제조업이 발달했다. 하지만 도심은 한때 일본 지방도시 쇠퇴의 대표 사례로 꼽힐 만큼 활력을 잃고 있었다. 일부 언론에서는 “셔터가 내려간 상점가”의 대표 사례로 마에바시를 소개하기도 했다. 1990년대 이후 일본 지방도시 대부분이 겪었던 변화가 마에바시에도 그대로 나타는 것이다. 그 원인은 특별하게 마에바시라고 다를 것은 없었다.
교외에 대형 쇼핑몰과 주차장을 갖춘 상업시설이 들어서고, 자동차가 대중화되면서 시민들은 더 이상 도심 상점가를 찾지 않았다. 대학 진학과 취업을 위해 젊은 세대가 도쿄 등 대도시로 떠났고, 중심 시가지의 거주 인구도 줄어들었다. 그러면서 빈 점포가 늘어갔다. 한때 번성했던 상점가에는 셔터가 내려간 가게가 늘어났고, 오래된 건물은 비어 있는 채 방치되었다. 특히 JR마에바시역과 중심 상점가 사이의 연결성이 약해지면서 도심지의 활력이 크게 떨어졌다.
행정은 도로를 넓히고 건물을 새로 짓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하지만 하드웨어가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의 생활 방식이 이미 바뀐 상태에서 이러한 접근은 다른 지자체들과 마찬가지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도시는 방문하고 머무는 곳이 아니라 지나치는 곳이 되어갔다.
변화의 시작은 질문을 바꾸는 것이다.
많은 지방 도시가 “어떻게 사람을 다시 오게 할 것인가?”를 고민할 때, 마에바시는 전혀 다른 질문을 화두로 삼았다.
“사람들은 왜 도심에서 살지 않을까?”
이 질문의 변화가 마에바시 도시재생의 출발점이었다. 도시를 다시 살리려면 쇼핑객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도심에 살아가는 사람을 늘려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그래서 마에바시는 화려한 랜드마크를 짓기보다 사람들이 살 수 있는 주택을 만들었다. 카페와 서점이 들어서는 거리를 조성하고, 예술가와 창업가가 활동할 공간을 만들고, 아이를 키우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데 집중했다. 여행객을 위한 관광과 소비 중심의 도시가 아니라 생활 중심의 도시를 목표로 삼은 것이다.
이처럼 마에바시를 특별하게 만든 것은 거대한 예산도, 대형 개발사업도 아니었다. 이 변화의 가장 큰 특징은 시청이 아니라 민간 기업과 지역 기업인이 먼저 움직였다는 점이다. 일본의 여러 도시재생 사례가 지자체가 마스터플랜을 세운 뒤 민간을 유치하는 방식이 많았다면 마에바시는 반대로 민간이 먼저 작은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고, 이를 연결해 도시 전체의 변화를 만들었다는 특징이 있다. 민가은 오래된 건물을 직접 매입하고, 리모델링하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빈 상가는 카페가 되었고, 창고는 갤러리가 되었으며, 오래된 건물은 청년 창업 공간으로 바뀌었다. 이렇게 작은 변화들이 하나둘 연결되면서 도시 전체의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민간 주도의 도시 변화를 위한 플랫폼, MDC

이러한 민간의 움직임을 하나의 방향으로 묶어낸 조직이 바로 마에바시 디자인 커미션(Maebashi Design Commission, MDC)이다. MDC는 일반적인 도시재생센터와 다르다. 이곳은 행정기관도 아니고, 개발회사도 아니다. 대신 지역 기업, 시민, 예술가, 건축가, 대학, 행정을 연결하는 도시 운영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행정은 주인공이 아니라 조력자 역할을 했다. 이는 성공한 지역사례에 항상 등장하는 말이다. 행정은 NPO나 기업의 조력자로서 규제를 완화하고, 도로와 광장을 정비하고, 민간투자를 지원하고, 행사와 공공시설의 연계를 지원했다.
MDC는 도시의 미래 비전을 수립히고, 빈 건물과 창업자를 연결하고, 민간 투자를 유치하고, 시민프로젝트를 지원하고, 공공공간을 운영하고, 문화행사를 기획한다. 그리고 도시를 브랜딩한다. 특히 이 조직의 특징은 사업을 직접 하는 조직이 아니라 사업이 생겨나도록 만드는 조직이라는 점이다. 실제 마에바시의 성공은 건물을 잘 지어서가 아니라 도시를 운영하는 조직을 새롭게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있다.
2010년대 초, 마에바시가 겪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인 기업인, 건축가, 디자이너, 시민들이 공통적으로 제기한 문제의식은 “도시는 행정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민과 기업이 함께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생각을 구체화한 것이 2016년에 발표된 ‘마에바시 비전 메부쿠’였다. 이후 이를 공간 전략으로 발전시킨 것이 ‘마에바시 어반디자인(Maebashi Urban Design)이고, 이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2019년 11월에 일반사단법인인 ‘마에바시 디자인 커미션(MDC)’이 설립된 것이다. MDC의 비전은 “100년 후에도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마에바시를 함께 그리고, 함께 움직인다”이다. 여기서 중요한 단어는 “함께”이다. MDC는 도시는 행정이 만드는 것도 아니고, 민간기업이 만드는 것도 아니고, 시민과 기업, 대학, 예술가, 행정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임을 핵심가치로 삼고 있다.
안경회사 JINS와 다나카 진의 역할

마에바시 도시재생을 이야기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바로 일본 안경 브랜드 JINS의 창업자인 다나카 진(田中仁)이다. 그는 1963년생으로 군마현에서 태어나 마에바시 인근에서 성장했다. 대학 졸업후 안경업계에서 일한 뒤 1988년 작은 안경유통회사를 창업했다. 그리고 2001년 “좋은 안경은 비싸야 한다”는 기존 상식을 깨고 합리적인 가격과 세련된 디자인을 앞세운 JINS를 출시했다. 이후 일본 뿐만 아니라 중국, 대만, 미국 등 해외로 사업을 확장하며 JINS를 성장시켰다.
서울경제 기사에서도 언급되었지만 그는 일본에서도 단순히 기업 창업가라기 보다는 ‘민간이 도시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커뮤니티 앙트프로너(community entrepreneur)로 평가받는다. 최근에는 마에바시 모델의 핵심 인물로 많이 소개되고 있다. 다나카 진은 기업은 크게 성공했지만, 그는 고향인 마에바시 중심가가 점점 쇠퇴하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기업만 성장해서는 지역의 미래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업의 이익을 다시 지역으로 돌리는 방식의 도시재생을 먼저 시작했다.
그는 대형 쇼핑물과 같은 랜드마크를 만드는 대신에 사람들이 살고, 창업하고, 문화를 만들고, 다시 투자하는 생태계를 만드는데 집중했다. 앞서 이야기한 ‘마에바시 디자인 커머션(Maebashi Design Commission, MDC)’도 다나카 진이 설립을 주도했다. MDC는 주식회사가 아니라 일반 사단법인으로 비영리조직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MDC 홈페이지에는 스스로를 “도시 재생법에 근거해 민간 주도의 마을 만들기를 추진하기 위한 활동을 실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조직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다나카 진을 ‘지역 자본주의’를 실천하는 기업인으로 소개한다. 지역에 재투자하고, 지역 인재를 키우고, 지역의 문화에 투자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도시를 경영하는 그의 접근방법이 단순한 기부나 사회공헌(CSR)을 넘어선다고 평가하는 것이다.
건축이 아니라 도시 생태계를 바꾸기 위한 다양한 시도
그가 참여한 대표 프로젝트가 ‘마에바시 가레리아(Maebashi Galleria)’이다. 이곳은 단순한 상업시설이 아니다. 주택, 갤러리, 카페, 레스토랑, 공용 정원이 함께 있는 복합공간으로, 사람들이 실제로 살고 머물며 관계를 만드는 장소로 설계되었다. 특히 1층은 도시와 연결되고, 위층은 사람이 실제 거주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사람이 살아야 가게도 산다”는 철학을 건축으로 구현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마에바시는 하드웨어보다 콘텐츠 운영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수백 개의 독립서점과 출판사가 참여하는 거리축제인 마에바시 북페스를 통해 도심 곳곳을 사람과 책으로 연결한다. 도시 전체를 책 축제로 만드는 이 행사는 일본 전국에서 많은 방문객을 끌어들이는 도시 브랜드가 되었다. 빈 건물을 전시장으로 바꾸고 국내외 예술가의 레지던스와 전시를 운영하는 아트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예술가가 도시에 살면 카페가 생기고, 가게가 생기고, 사람이 모인다는 생각이 반영된 프로젝트다. 또 팝업스토어를 통해 빈 점포를 활용한 단기 매장을 운영해 창업과 실험을 장려했다.
또 다른 사례인 JINS PARK 역시 안경 매장에 카페와 서점, 커뮤니티 공간을 결합해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기업 시설이면서도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설계되어 지역의 새로운 거점이 되었다.

마에바시에서 배우고 싶은 것들
마에바시 프로젝트를 관통하는 철학은 명확하다. 그리고 배울 점도 많다. 도시는 건물이 아니라 사람이 만든다는 것이다. 아무리 멋진 건물과 거리가 있어도 사람이 살지 않으면 도시는 살아나지 않는다는 점, 쇼핑객보다 거주민이 많아야 지속가능한 도시가 된다는 점을 몸소 실천한 사례이다.
마에바시는 문화가 독 도시경쟁력이라는 점을 증명해왔다. 책 축제, 예술 프로젝트, 공연, 카페, 서점은 단순한 문화행사가 아니라 도시의 매력을 만드는 핵심 요소가 되었다. 대규모 개발보다는 작은 프로젝트를 꾸준히 이어가는 것, 그리고 이러한 작은 프로젝트들의 상호 연결성을 높이는 것이 큰 변화를 만든다는 점을 보여줬다.
그리고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행정은 조력자 역할을 하고, 민간기업은 투자와 운영을 책임졌고, 그 사이에 비영리조직인 MDC가 도시의 비전을 만들고, 사람과 사업과 조직을 연결하는 도시 경영 플랫폼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일본에서도 마에바시를 도시재생의 성공사례로 보기 보다는 도시 운영 자체를 바꾼 사례로 평가하기도 한다. 행정 중심이 아니라 도시의 미래를 민간이 책임지는 구조와 문화를 만든 것이 더 큰 성과라는 것이다.
도시계획 분야에서는 이를 에리어 매니지먼트(Area Management), 에리어 리노베이션(Area Renovation)이라고 하는데 마에바시를 대표 사례로 많이 언급한다. 그래서 일본의 지자체와 연구기관, 대학, 민간기업이 이 곳을 찾아와 지역재생 과정을 배우고, 지역재생 관련 강연과 학술대회에서도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사례가 되었다.
여전히 한국의 지역재생사업은 건물과 공간을 정비하는 것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사업이 끝난 뒤에 운영주체가 없어서 예산을 들여 만들어놓은 공간이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지역을 함께 운영할 사람과 조직을 발굴하고 연결하고 지원하는 것이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마에바시의 사례를 좀 더 깊게 들여다보면 좋겠다. 지역을 하나의 관광지, 개발의 대상이 아니라 살아있는 공동체로 보고, 그 공동체를 앞으로 누가 지속적으로 운영해나갈 것인지를 먼저 고민해보는 계기, 그래서 그 부분에 좀 더 많은 예산과 협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 사람들이 간과하는게 있는데 마에바시의 변화가 몇 년 만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지역 기업과 시민, 행정, 예술가, 건축가들이 같은 미션과 비전을 바라보면서 조금씩 도시를 바꿔온 결과이다. 그런 면에서 마에바시는 지역을 바꾸는 일이 지역의 사람과 기업, 문화, 그리고 신뢰를 연결하는 일에서 시작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참고
– [서울경제] 거리보러 도쿄에서 2시간 간다… 매달 5만명 소도시 거리의 비밀 (2026.7.15)
– [서울경제] 도시재생, 건물 짓는 것보다 … 창업생태계 조성 우선돼야 (2026.7.16)
– MDC 공식 홈페이지
– [Jins Holdings] 다나카 진과 지역재생활동
– 마에바시 크리에이티브 시티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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