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의 서사에 대해 – 내러티브닷컨퍼런스 클로징토크에서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개최하는 내러티브닷 컨퍼런스 기획위원회에 참여한 인연으로 클로징토크에 참여했다. “활동가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기록하고 알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활동가 서사의 사회적 확장 의미와 방안을 이해하고 다음을 상상”한다는 의미가 담긴 클로징토크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시 정리해본다.

1. 활동가의 이야기는 왜 잘 드러나지 않는가? 활동가가 자신의 경험을 정리하고 발화하는 것을 어렵게 여기는 이유, 활동가의 경험을 공유하기 어렵게 만드는 환경적 조건은 무엇인가?

  • 결국 메시지와 미디어다.
    • 활동가의 이야기가 드러난다는 것은 활동가의 이야기가 사회적 공간으로 나온다는 말이다.
    • 활동가의 이야기는 메시지이고, 이 메시지를 사회화하는 것이 곧 미디어, 좁혀 보면 매체이다.
    •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활동가의 메시지를 사회와 연결해주는 비영리 생태계 내의 미디어가 턱없이 부족하다.
  • 개인적인 이야기와 서사는 다르다. 서사는 성공한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 미디어 이야기를 하면 이제 누구든지 자기 이야기를 개인 미디어를 통해 할 수 있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다.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개인이 운영할 수 있는 미디어는 많다.
    • 이곳에서 소수의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한다. 대부분은 정보를 공유하고, 세상을 평론하고, 개인적이고 사적인 이야기를 한다. 물론 그 중에서도 아주아주 극소수의 사람들의 자기 활동의 진짜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 하지만 개인적인 이야기와 활동가의 서사는 다르다. 이 컨퍼런스에서 이야기하는 활동가의 서사란 “사회변화를 만들어온 활동가가 ‘왜 이 문제에 뛰어들었는지’, ‘어떤 전략적 판단을 거쳤는지’, ‘무엇이 활동을 지속하게 했는지’ 등의 자신의 활동 경험을 언어화하고 공유하는 이야기의 총체”라고 정의했다.
    • 그래서 서사에는 성공한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기존 미디어는 서사보다는 성공한 사례를 찾기 마련이다.
  • 개인의 스타일과 역량에 의존할 일은 아니다.
    • 그렇다면 활동가 스스로 자기 활동의 서사를 정리하고 쓰면 되지 않냐고? 물론 그러면 된다.
    • 하지만 타인과 사회를 위해서 일하는 비영리 활동가들은 특히 자기 이야기 하는 것을 조심스러워 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자기가 활동하는 단체 이야기는 잘 한다.
    • 자기 이야기를 드러내는 것을 조직과 동료들이 함께 한 일을 자기 것으로 가로채는 것은 아닐까라는 염려도 할거라고 본다.
    • 그래서 활동가의 서사(메시지)는 나올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 현장의 목소리 : 한 농업활동가 사례
    • 지역에서 장애인들과 함께 농사 지으면서 교육을 하는 활동가가 있다.
    • 자신이 하는 일이 세상에 흔하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매일 매일 활동을 기록하는 것이 이 분야의 운동을 의미있게 만들고 시행착오를 줄이는 일이라 확신하고 있다.
    • 하지만 낮에는 농사와 교육 일을 하고, 밤에는 각종 행정 문서 작업을 하느라 내 이야기를 기록할 시간이 없다고 한다.
    • 그래서 그 분이 하는 말이 1년만이라도 하루 종일 자기 옆에서 현장의 일을 기록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 이처럼 스스로 자기 이야기를 드러내기 어려운 개인적- 구조적 원인이 함께 있다.

2. 활동가 개인의 이야기는 어떻게 사회의 서사가 되는가? 활동가 현장 경험이 언어화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활동가 경험공유가 연대와 사회변화의 원동력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활동가의 이야기가 시민사회 안에서 순환되는 것을 넘어 더 넓은 사회와 접속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 언어화한다는 것은 곧 의미를 부여해주는 것이다. 기록하는 사람과 무대를 만들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 활동가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다양한 무대를 만들어줘야 한다.
    • 단체의 성과, 빛나는 활동상을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설령 실패하거나 허황되더라도 변화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 구상, 경험을 발표하고, 공유하고, 토론할 수 있는 기회가 더 있어야 한다.
    • 배우, 뮤지션이 빛나는 것은 무대가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배우와 뮤지션이 활동할 무대를 만드는 일을 한다.
    • 여기에 현장의 경험을 언어화해주는 사람도 필요하다. 마치 배우와 뮤지션에게는 감독, 작사가, 작곡가, 편곡자, 그리고 기획사도 있듯이 말이다. 
    • 비영리 생태계에도 활동가의 무대를 만들고, 기록을 하는 영역을 더 키워야 한다. 
  • 이야기를 드러내고 축적하는 것이 연결과 관계를 만든다. 그리고 이것이 곧 변화의 동력이다.
    • 활동가의 이야기를 드러내는 것이 필요하고, 쌓아가는 것도 필요하다.
    •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와 그 결과만 보는게 아니라 왜 하는지,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어떤 계획이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걸 아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변화의 접촉면이 넓어지는 것이다.
    • 축적한다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과거와 단절된 미래는 없다고 생각한다. 좋든 싫든 우리는 과거로부터 배우고 과거로부터 빚을 지고 있다. 
    • 그래서 축적한다는 것은 과거의 생각과 기억, 경험을 쌓는 것이다.
    • 끊임없이 기록하고 축적해야 한다.  
  •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 피플포체인지
    •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 사이트 소개 글을 보면 이런 문구가 있다. “2021년 아름다운재단과 프로젝트팀 <피플포체인지>가 시작한 이 소중한 기록들을, 2023년부터는 지리산이음이 이어받아 운영하고 있습니다.” 
    • 2021년 <피플포체인지>를 제안하고 기획하고 운영했다. 그 전 2015년부터 <더 이음>에서 일할 때 여러 지원기관과 협력해서 진행한 활동가 인터뷰 기록도 여기에 담겨있다.
    • 10년의 시간이 흘렀다. 이 사이트를 시작할 때 운영주체는 바뀌더라도 1,000명의 활동가 이야기를 기록하고 싶다고 했다. (현재 296명이다.)
    • 많아지면 달라진다는 말이 있다. 연대는 서로를 알 때 연결되고 관계가 싹트기 시작되면서 시작되는 것이다. 그런 연결과 관계가 변화의 동력이 된다. 
  • 더 많은 미디어가 필요하다.
    • 시민사회, 비영리 생태계의 공동의 과제로 비영리, 시민사회 전문 미디어가 필요하다.
    • 더 다양한 분야, 현장, 지역, 낮은 곳, 그늘진 곳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조망하는 더 많은 미디어가 필요하다. 
    • 그래야 비영리 생태계가 건강해지고, 활성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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