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당에서 인간의 욕망, 욕심, 불안, 불만 등 인간의 마음/심리를 다루는 전담기구 하나 만들기를 바라는 마음은 늘 있어왔다. 그 안에 감정도 포함되겠지. 정치적 입장과 진영에 갈려 싸우는 정치권에서도 나는 감정이 꽤 크게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감정은 인간적 신뢰, 관계의 또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감정사회 – 감정은 어떻게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가>를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은 사회참여 활도을 많이 하고 있는 MBC 전 아나운서 박혜진씨의 출판사에서 낸 책이다. 그리고 KBS 전 기자인 최경영씨가 “최근에 본 책 중 최고의 책”이라고 칭찬한 책이기도 하다. 유튜브에서 리뷰 대담을 본 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한 책이다.
유튜브에서 책 내용을 개략적으로 소개해줬는데 인상깊었던 부분은 이렇다. 우리가 토론이나 논쟁시에 “감정을 배제하고 이성적으로 대화하자”고 하는데 이러한 요구는 신경과학적 측면에서 굉장히 무지한 접근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감정적인 존재이며 이성과 감정을 완벽히 분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책에서는 “수많은 갈등 속에서 사람들이 특정 진영/입장을 취하는 이유는 집단에 속함으로써 심리적 안정감을 얻고자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난 흔히들 배신, 변절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사실 정치적 입장이 달려져서라기 보다는 자기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 달려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이 부분도 너무 공감이 가는 대목이었다.
책에서는 감정과 행동변화의 관계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데, 데이터나 지식, 과학적 사실 자체는 인간이 행동을 직접적으로 바꾸지 못한다. 사람의 행동을 바꾸는 동력은 감정과 정서라고 이야기한다.
들어가는 말
- 독일 연방정치교육센터는 정치를 “사적 영역에서든 공적 영역에서든 요구와 목표에 대한 모든 종류의 영향력 행사와 그 설계 및 실행”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p.13)
- 옥스퍼드 사전에 따르면 정치란 “1.하나의 공동체나 국가를 운영하는 일과 과련된 모든 조치”이자 “2. 상충하는 이해관계에 맞서는 방법과 방식, 특정 고유한 생각을 관철하는 일”이다.(p.13)
- (저자가 어느 토론 자리에서 감정과 이성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을 들었을 때 그 무지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이렇게 이야기했다) “우리는 특정한 기호와 가치를 가지기에 합리적인 판단, 다시 말해 목표 지향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결정은 언제나 감정의 의해 좌우됩니다. 우리는 감정 상태를 기반으로 구별하고, 그에 따라 선택을 내리는 존재입니다.” 나는 잠시 말을 멈춘 뒤, 거의 도전적인 태도로 덧붙였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는 단지 두 발로 서 있는 감정 덩어리일 뿐입니다!”
- “감정 덩어리”라는 말을 보고 깜짝 놀랐다. 박해영 작가가 쓴 드라다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에 “감정덩어리”라는 표현이 나오기 때문이다. 혹시 번역을 하면서 이 드라마를 참고했을까 싶지만 책이 나온 시기와 드라마 방영시기가 엄청 차이나는 것도 아니고, 책에서 저자도 “너무 흥분한 나머지 ‘덩어리’라는 표현보다 더 적절한 단어를 찾지 못했고, 그 사실에 처음에는 화가 났지만, 이제는 그 표현이 마음에 든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분명 저자도 인간을 ‘감정 덩어리’라고 명확하게 묘사한 것으로 보인다.
- 정치에서 감정이 배제될 수 있다는 생각은 오히려 비이성적이다. 왜냐하면 정치는 인간으로 이루어진 집단 내에서 특정한 시점에 표출되는 다양한 감정을 조율하고, 이를 가치와 이상으로 연결하는 협상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이 협상의 당사자다. (p.18)
- 결국, 정치는 무엇보다도 가장 개인적인 관심사다. 왜냐하면 그 것은 너와 나,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p.18)
- 만약 당신이 내 입장과 그에 따른 신념을 비판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의견 차이를 넘어 나라는 존재 자체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p.20)
근본적 주의
- 오늘날 우리는 거의 매일, 무언가에 대해서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고 이다. 그 과정에서 ‘좋은 것’이나 ‘아름다운 것’이 논점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대부분은 우리의 안전에 대한 위협과 관련이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모두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그 안전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p.43)
- 개인, 사회, 그리고 지구 차원에서 가장 큰 도전은 우리가 믿어온 정상(normal), 고정된 것, 확실하고 안전하다고 여긴 많은 것들이 변할 수밖에 없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있다. 이러한 변화에 더 나은 방식으로 대응하고, 나아가 열린 마음으로 이를 받아들이며, 함께 변화를 만들어가고, 다른 이들에게도 동참을 요청하려면 먼저 ‘우리’에서 ‘나’로 돌아와야 한다. (p.46)
- 나는 정서적 성숙에 대한 여행을 한 인용문과 함께 시작하고자 한다. 이는 우리가 본래 자신을 ‘감정 덩어리’로 인식하고 있거나, 적어도 그렇게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놀라울 정도로 잘 표현한다. “나는 배웠다. 사람들은 당신이 한 말을 잊고, 당신이 한 일을 잊지만, 당신이 그들에게 어떻게 느끼게 했는지는 결코 잊어버리지 않는다는 것을” 이것은 2014년 타계한 미국의 작가이자 인권운동가 마야 안젤루(Maya Angelou)의 말이다. (p.50)
- (펠드먼 바렛과 그녀의 동료들의 연구) 정서는 고정된 신경 회로 속에서 자동적으로 생성되는 것이 아니며, 항상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을 밝혀냈따. 즉 우리는 자신의 경험과 감정 세계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건축가와 같다. 이는 나의 고유한 문화와 모든 체험뿐만 아니라 – 주의! 이제부터 ‘무엇에 반대하는가’ 대신에 ‘무엇을 위하는가’의 문제가 등장한다 – 기대, 희망, 바람, 그리고 과거 경험과 환경의 영향을 포함한 복합적인 혼합물에 의해 결정된다. (p.55)
- 당신이 느끼는 방식은 나와 다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나는 나만의 감정 세계를 구성하고, 당신은 당신의 감정 세계를 구성한다.(여기서 소통에 대한 큰 과제가 드러난다.) (p.56)
- 지구비상사태에 대응하는 행동을 하기 위해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과학적 지식의 정보가 우리와 우리의 행동을 변화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를 변화시키는 것은 다른 종류의 정보, 즉 우리가 흔히 정보라고 부르지 않는 것들이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느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p.57)
- ‘외로움 팬더믹’은 이미 글로벌 건강 위협 요인으로 공식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외로움이 우리의 건강 및 기대수명에 미치는 심각한 악영향, 그리고 치매 발명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이 수많은 연구로 입증되었다. (p.62)
- 틱낫한은 이렇게 말했다. “이해는 사랑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이해하지 못하면 사랑할 수 없습니다. (중략) 우리가 스스로를 사랑하고 이해하는 법을 배우고, 진정한 자비를 자기 자신에게 가질 수 있을 때, 우리는 다른 사람도 진정으로 사랑하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p.66)
- 아로, 우리 안에서 흐물흐물 요동치는 그것들을 표현할 수 있는 하나의 방식, 즉, 우리 존재와 감정을 이해하고, 가능한 한 잘 전달해줄 수 있게 해주는 ‘말’이라는 도구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p.67)
- 왜 우리는 부정적 감각을 느끼지 않으려고 그토록 많은 에너지와 시간과 자원을 쏟아부으면서 정작 기분이 더 나빠지는가, 우리는 종종 부정적 감정 자체보다 그것을 피해는 데 더 많은 공을 들인다. 그 중에서도 증오는 특별한 자리를 차지한다. 공개적으로 표출되는 증오조차 대개 자신의 감정 상태에 대한 깊은 성찰 없이 터져나온다. 그래서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향한 증오는 불안, 고통, 불확실성 같은 다른 부정적 감정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한 결과인 경우가 많다. (p.71)
- 감정은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그것을 범주화하든 하지 않든 그저 거기에 있다.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는 것은 오직 그것을 대하는 방식이다. (p.73)
- 바라는 것은 감정과 정서는 그 자체로 좋고 나쁨의 범주에 가두어서는 안된다는 것, 중요한 것은 그것을 다루는 태도라는 것을 인식하는 일이다.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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